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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갱지의 추억

by 초야잠필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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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갱지는 이보다 훨씬 품질이 떨어졌다.

 
요즘은 종이가 너무 흔해서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 세대만 해도 갱지更紙의 시대였다

갱지는 한 마디로 재생지다. 

종이가 모자라다 보니 한 번 쓴 종이를 풀어 다시 종이로 떠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색깔이 노르스름 거무튀튀하다. 

필자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이 갱지를 학교 앞 문방구에서 낱장으로 팔았다. 

필자는 어릴 때 만화그리기를 좋아해서 종이를 사다 그림 그리는 게 낙이었는데 

문방구에 가서 갱지를 돈이 있으면 열 장인가 사다가 그렸다. 

종이 열장 주세요 하면

문방구 아저씨가 솜씨 좋게 갱지를 쫙 벌려 열장을 세서 팔았다. 

그 당시에는 달력 종이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었다. 

일력은 화장지로 썼고 

월력 종이는 A4크기로 잘라 연습장으로 썼다. 

이 귀한 종이의 기억이 우리는 점점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팔만대장경 경판을 봐도 

한 질만 인쇄를 해도 종이가 16만장 (목판 8만장이 양면이니)이 필요한데 

그 종이가 어디서는 왔겠지 생각하는 것이다. 

종이가 있다고 끝이 아니다. 

먹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필자가 중학생 때 우리는 영어를 갱지 종이 노트에

잉크병에 잉크 찍어 쓰는 펜으로 썼는데 

그 당시 잉크 한 병이 얼마나 귀했는지 아는가? 

팔만대장경을 조판한 이래 과연 몇 번을 찍었을까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다. 

 

*** editor's note ***

 

근현대 종이 역사에서 저 갱지와 더불어 또 심각한 논의 대상이 마분지다. 

이 마분지에 대해서는 변변찮은 탐구 글조차 쉬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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