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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농촌은 요즘 젊은 세대라면 경지정리 딱딱된 시골만 알 테고 필자 세대만 되도 그 이전의 농촌,
소위 "근대화" 이전 농촌을 아주 어린시절기억으로 경험한 바 있는 그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70년대 이전 농촌만 해도 이미 20세기를 거치며 상당히 진화한 형태의 농촌이었고, 20세기 이전 농촌은 그와는 또 달라서 강아지 만한 돼지, 알을 간신히 낳는 닭, 도무지 귀염성이라고는 없는 개, 조랑말 만한 말 등이 홍수만 오면 무너지는 보로 논에 물 대가며 봄만 되면 모내기가 안 돼 농사망친다고 농민들이 울부짖는 그런 농촌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모내기 이전 농촌은 이와는 또 달랐고, 휴경이 극복되기 이전 농촌은 이와는 또 달랐으며, 도작이 시작되기 전 화전을 방불한 돌려짓기로 간신히 농사를 짓던 신석기시대는 농촌 모습이 또 달랐다는 말이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농촌 모습은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 농촌은 끊임없이 진화했는데 이 진화의 양상을 규명하는 것이 사실 경신환국, 기사환국, 갑술환국 때 누가 죽었고 누가 쫒겨났고, 호락논변은 누가 무슨 주장을 했네 하는 이런 류 이야기보다 백배 천배는 더 중요하다.
먹고사는 게 규명이 안 되는데 무슨 역사가 있겠는가.
그것이 규명이 안 된다면, 다 덧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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