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라 이야기: 신동훈 & 김태식/1-외치 이야기

[외치이야기-19] 외치를 관람하다

by 초야잠필 2025. 1. 29.
반응형

이제 외치 영감님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볼 때다. 

외치가 발견 된 이후 이 미라가 무려 5,000년 전 사람임이 확실시되면서 유럽의 관련 연구자들은 모두 흥분했다.

사실 유럽의 미라 연구 전통은 아주 길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후 미라 붐이 일어나면서 소장가들과 박물관들은 열심히 이집트 미라를 수집했고

이렇게 수집한  미라는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물론 유럽이라 해서 처음부터 미라 연구가 진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마치 당시 유행한 서커스가 온갖 종류의 노동 학대를 처음에는 동반한 것처럼

이집트 미라 연구도 처음에는 그런 대중의 흥미를 먹고 자랐다.

미라 연구 초창기에는 붕대에 감긴 미라를 돈을 받고 극장에서 공개적으로 풀며 해체하는 "쑈"도 있었다고 한다. 
 

19세기 말의 미라 조사 광경. 이 시기 유럽의 미라 연구는 이집트 미라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후반 들어서는 진지한 과학연구 대열에 바야흐로 합류하게 되었지만

유럽 연구자들에게는 하나 충족하지 못한 갈증이 있었으니 바로 그것은 그들이 연구한 미라가 대부분 유럽인과는 무관한 이집트 미라였다는 점이다.

물론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보그바디Bog body (니탄泥炭 미라, 혹은 습지 미라 혹은 늪지 미라라고 번역한다) 라던가 하는 유럽인 미라도 존재는 한다.

하지만 그 시대가 지금으로 부터 약 2000년 전 정도로서 이집트 미라에는 연대가 훨씬 못 미치는 터라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었을 것이다. 
 

Bog body. 늪에 빠져 미라가 된 시신으로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나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전기"의 시대에 해당한다.

 
이때 벼락처럼 등장한 무려 5,000년 전 유럽인 조상 미라. 

이것 하나만으로도 외치 발견은 당시 유럽을 뒤흔들었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볼차노 시는 인스부르크로부터 외치를 돌려받은 후 남티롤고고학박물관을 외치 전용 박물관으로 삼아 이곳에 외치와 관련 유물을 모두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외치와 함께 발견된 유물을 전시하여 당시의 문화를 볼 수 있게 했지만, 

사실 이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외치를 실견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외치가 전시된 곳에 들어가기 전에 관객이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전시를 혐오하는 사람은 보지 않아도 될 권리를 위해 우회로를 만들어 둔 것이다.

하지만 외치를 보러 온 사람들이 우회할 리가 있겠는가?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꼭 봐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그 심리를 모를 리 있겠는가? 

아마 우회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듯하다.

본전은 뽑아야 하니깐.
 

 
실제로 외치는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방문객이 작은 pothole을 통해 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내부는 기온과 습도 등이 외치가 발견된 빙하지대와 동일하게 맞추어져 있다. 
 

 
이 사진을 보면 외치가 누워 있는 방 안 모습을 본다.

벽면이 벽돌처럼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이는 벽돌이 아니고 얇게 얼린 얼음판이다.

외치가 누워 있는 방 안 벽면 전체를 이런 얼음판으로 발라놓았다.

그리고 외치가 마르지 않도록 증류수로 정기적으로 물을 분사한다고 들었다.

평소에 외치는 전시된 상태에서도 피부 표면이 얇은 얼음막으로 얼린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알프스 빙하지대와 동일 조건이라는 것이다. 

외치는 엄청나게 중요한 존재이므로 바깥으로 출장은 가지 않으신다.

대신 연구자들이 이 박물관에 와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앞에서도 썼듯이 이 도시에는 외치 연구만 전담한 연구소도 있다.
 

외치를 주로 연구하는 연구소의 강당. 미라 관련 국제학회가 자주 개최되는 곳이다.

 
 
*** previous article *** 

 
[외치이야기-18] 조난 지점을 가까이서 보는 박물관

[외치이야기-18] 조난 지점을 가까이서 보는 박물관

볼차노에는 외치가 있지만 외치의 조난 지점은 그 도시에서 확인할 수 없다. 조난지점을 보고자 하면 한참 더 북쪽으로 가야 한다. 조난 지점이 해발 3천210미터나 되는 만년설을 끼고 있는 지

historylibrary.net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