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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바보처럼 보이는 그 짓에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by 초야잠필 2024.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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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을 싣고 가는 소. 사진은 보성군청 출처라 한다.

 
앞에서 조선시대 재판에서 사람을 패는 이야기를 했다. 

조선시대 재판에 대한 기록은 구한말 외국인의 기행문에 제법 나온다. 
뭐 평이 대개는 안 좋다. 

왜 저렇게 패냐. 야만적이다. 대략 그런 이유들이다. 

그 기행문을 보면 구한말 관리들은 악귀다. 

이런 선입견을 장착하고 구한말 관리들 보고서를 보면 정말 적응이 안 될 지경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연히 사람을 패고 고문을 했겠지만 

문제는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에서 범인을 결정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정상적이라 처음 보면 적응이 안 될 지경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보고서를 보다 보면,

아 이 사람들이 재판을 이렇게 했구나,

이 타이밍에서 고문을 했겠구나,

필이 딱 오는 장면이 나온다.

필자는 조선시대 관리들이 남긴 재판 기록이 백프로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백프로 다 거짓말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보고서에 보이는 것처럼 합리적 재판을 꾸리려고 했다는 관리들의 노력이나, 

무자비하게 사람을 고문하고 패는 관리들의 모습

둘 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렇다. 

구한말 우리 조상들이 살고 있었던 방식이 도대체 왜 저렇게 살고 있었을지 한심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을지라도, 

그 안에는 다 숨은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는 왜 죄다 조랑말만 타고 있었을까. 

이를 가축품종이 열화한 단계를 밟아가 기르던 말이 죄다 시원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조랑말처럼 도로 사정이 안 좋은 조선에서 먼 거리를 제대로 먹지도 않고 걸어가는 녀석도 없다는 말이다. 

조선의 구들장은

외국인들이 도대체 왜 여름에도 이렇게 죽도록 불을 때서 

사람이 노릇노릇 익을 정도로 만들어 놓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아궁이에 쇠죽을 끓이고 밥을 안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역사를 보는 우리들은 그 이면의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살인사건
#조선시대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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