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ffs of Moher 모허절벽 : 8. 30
이제 이번 여행도 막바지로 치달았다. 좋은 일은 언제나 그 속도가 쏜살인 법이다. 비바람 안고서 Galway를 출발한 우리는 오른편으로 대서양을 끼면서 남쪽으로 내달았다.
다음 목적지요 하룻밤을 보낼 곳은 Portmagee포트매기. 구글맵 두들기니 골웨이에서 280킬로미터 4시간이라 거리가 만만찮다. 밟아야 했다. 어차피 낮에 들어가긴 글러먹었다.
한데 가는 길에 빠뜨릴 수 없는 절경으로 우리는 Moher Cliffs 혹은 Cliffs of Moher 모허절벽을 지목했으니, 이곳에 들른 다음 남하하기로 했다. 절벽은 대략 골웨이에선 75킬로미터 지점이라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거리는 아니었다.
한데 문제는 기상 날씨였다. 비바람이 몰아지는 데다 해변이라 차마 눈도 못뜰 지경이었다. 그렇게 모진 바람 헤치며 가다가 오른편 대서양 해변으로 우뚝한 성 하나가 나타난다. 바다를 잘 조망하는 곳에다가 만들긴 했는데, 주변 꼴을 보니 전부 뻘이다.
애초 저 성이 들어선 곳도 뻘층인데 저리 만들었는지, 혹은 마침 암반이 있어 그곳을 이용했는지 언뜻 확실치 아니하나, 어떻든 바닷물이 코앞에 들어오는 곳에다가 성을 지어놨으니 보는 우리야 장관이지만, 이런 데다 성을 쌓은 사람들 고충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차마 지나칠 수 없어, 인근 차를 세울 만한 데다 주차를 하고는 들렀다. 똥색 간판 보니 Dunguaire Castle 이라, 뭐 우째 발음할지 언뜻 와닿지 않은 요상한 표기라, 나중에 확인했지만 던과이어 캐슬 이다. 비바람은 여전했으니, 웃긴 게, 이 한적한 성을 들어서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관람객이 제법 안에 많았다. 유명한 곳인갑다 했더랬다.
그렇게 대락 한시간 정도 얼쩡거리고는 다시 길을 나서 모허 절변을 향해 달렸다. 그 공용 주차장에서 절벽까진 거리가 좀 되는데 몇푼 주고선 비닐옷을 사서 덮어쓰긴 했지만, 거추장스럽기만 한 데다, 바람에 날려 베베 꼬이는 통에 제 구실을 도통 하질 못했다. 참다참다 벗어제껴버리곤 비를 쫄딱 맞았다.
그 다음 문제는 사진 촬영...맞바람 빗물과 더불어 몰아치는 바람에 도저히 촬영을 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빗물이 액정에 튀기니 아예 작동도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폰카에만 의지했다. 하마터면 폰을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릴 판이었다. 요새 폰카 성능이 좋길 망정이지 이걸 잘 이용하면 아주 요긴하다.
이걸로 동영상까지 촬영했으니 그런대로 건질 건 건진 셈이다.
일행은 비바람에다 뚝 떨어진 기온을 견디지 못하고선 안내소에서 도로 주차장으로 후퇴한 상황이었다.
변화무쌍한 아일랜드 날씨...여자의 사랑과 같아 이랬다저랬다 한다. 그렇게 매섭던 비바람이 어느새 잦아진다. 이만하면 됐다고 돌아서는 그 순간 이랬으니 그래 내가 언제 다시 오겠냐 하는 오기가 발동해 첨부터 다시 쏵 돌았다.
이젠 사진기도 작동한다. 잘됐다 싶어 마구잡이로 눌러댔다.
그렇게 한두시간 쏘다니곤 주차장으로 복귀하니 초죽음 상태로 기다리던 일행들이 욕을 한 바가지로 퍼붓는다. 왜 이리 늦었냐는 거지.
못 들은 척 했다. 이럴 땐 쌩까야 한다. 낯가죽이 조국보다 두꺼워야 한다.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렇게 모허절벽 답사를 끝낸 우리는 마침내 포트매기를 향해 머나먼 길을 나섰다.
가다가 중간에 우리네 기준으로는 면사무소 소재지 같은 한 곳을 지나는데, 주변 풍광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언뜻 녹록치 아니한 역사를 지닌 데라는 느낌이 있어,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깐 둘러보기로 했으니, 구글맵으로 살피니 Adare 어데어 라는 곳이라, 이곳을 관통하는 강변으로 이젠 기능을 멈춰버린 채 반쯤 붕괴한 성채가 하나 있고, 그 주변으로 이리도 멋진 곳이 있나 싶을 정도의 고급함을 선사하는 골프장이 눈에 들어왔다.
적당한 데 차를 세우고 마을을 둘러봤다. 무엇보다 한쪽 도로변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초가들이 인상적이라, 살피니 하나같이 1820년대 초축이었다. 이런 초가가 아일랜드에서 흔한 것은 아닌 듯, 언뜻언뜻 지나는 길에 아주 가끔 마주한 적이 있다가 이곳에서는 떼로 마주했으니, 용인 민속촌 같은 느낌도 났다.
마침 동네에서는 무슨 페스티벌이 열리는 중인 듯, 사람으로 왁자지껄했으니, 그런 동네 사람 하나 붙잡고서 어데어가 유명한 데냐 물으니 "아일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자랑을 늘어놨는데 그리 썩 빈말인 듯하지는 않다.
그렇게 어데어를 거쳐 다시 포토매기를 향해 차를 몰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미 칠흑보다 더 두꺼운 밤이 연탄보다 더 짙게 드리운 편도 1차선 도로를 비바람 헤치며 달리는데 차가 날아갈 듯 싶었다.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우거진 가로수들이 바람 따라 흩날리는데 흡사 귀신 같은 밤이었다. 그렇게 녹초가 되어 밤 열시 무렵 우리는 한적한 어촌 마을 포트매기에 들어서 여장을 풀었다. 비바람이 여전히 세차다.
잠자리 들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낼 Skellig Michael 스켈릭 마이클 은 입도入島가 불가능할 듯 싶었다. 아일랜드 날씨가 아무리 변화무쌍해 설혹 햇볕이 난다 해도 파고는 여전히 높을 듯 싶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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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답사개요(6) Portmagee 포트매기와 허탕으로 끝난 Skellig Michael 스켈릭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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