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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전기 없던 시절엔 새벽형 인간밖에 없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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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관광공사 대선배님이신 장태순 선생께서 새삼 소개하신 말로 묘사유파卯仕가 있으니 

새삼 생각나서 한 줄 보탠다.

이는 조선시대 공무원 근무시간을 말하거니와 이를 줄여서 묘유卯酉라 하기도 하는데

글자 그대로 조선시대 관리는 묘시卯時(오전 5시∼7시)에 출근해 근무를 시작해 유시酉時(오후 5시∼7시)가 되면 퇴근한다는 뜻이니

경국대전經國大典 중 이전吏典 고과考課 항목에 보이는 말이라,

지금의 행정안전부나 인사혁신처에 해당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가 6부 중에서는 이부吏府라

저 공무원 복무 규정이 이부가 관장하는 업무 범위를 규정한 이전吏典에 보인다. 

고과考課란 요새도 인사고과라는 말에 엿보듯이 근무 실태 전반을 의미하지만, 그 평가를 내포하는 말이라 하겠다.

암튼 저 항목에 이르기를  “諸司官員 卯仕酉罷 日短時 辰仕申罷”라 했으니,

저 말을 풀면 모든 관사[諸司] 관원은 묘시에 출근해 근무를 시작하고 유시에 업무를 파한다. 해가 짧은 때에는 진시辰時(오전 7∼9시)에 출근하고 신시申時(오후 3∼5시)에 퇴근한다"는 의미거니와

저 대목을 근거로 조선시대에 서머타임제가 있었네마네 하지만, 당연하다.

그때라고 겨울 해가 지금 여름처럼 길었겠으며, 여름해가 지금의 겨울해처럼 짧았겠는가?

저 묘사유파卯仕酉罷, 그리고 이른바 조선시대판 서머타임제와 관련해 유리가 생각할 지점은 바로 전기다. 

내가 누누이 지적하듯이 지금도 농번기 농어촌 혹은 산촌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격렬한 낮 육체 노동에 피곤해서 저녁만 먹고 골아떨어져서지 딴 이유 없다. 

그들이 특별히 도시민에 견주어 부지런하거나 잠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냥 피곤해서 그냥 골아떨어져서다.

그에 더해 이런 양태가 전기가 도입되기 전에는 도시나 시골이나 마찬가지라서 저녁 먹고 나면 할 일이 없어 그냥 다 디비잤다. 

뭐 밤을 세워 책을 읽었네마네 하는 말 다 헛소리다.

그런 사람이 아주 없기야 하겠냐만

첫째 초가 아까워서도 오래도록 불을 켜놓을 수 없었고

둘째, 그 촛불 호롱불 아래서 몇 글자 보지도 못한다.

본다 해도 피곤해서 눈이 피로해져 그냥 자빠져 잔다. 

호롱불 심지 켜고 한 번 살아봐라.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 괜히 나온 줄 아나?

나는 국민학교 입학한 그 해애 전기가 들어왔는데, 전기 들어오고선 진짜 별천지였다.

호롱불 그 심지 돋군다고 코밑 매연 낀 일 허다했다.

그런 데서 무슨 책을 읽는단 말인가?

요새는 전기가 일상이 된 사회를 사니, 이 일상이 유사 이래 그랬다 착각한다.

하지만 시추를 조금만 돌려도 우리가 전연 모르는 세상, 혹은 나조차도 잃어버린 세상을 산다. 

조선시대 관리들이 새벽 5시면 근무했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저녁만 먹으면 초저녁에 디비자서 더 자고 싶어도 새벽 두 시면 다 눈 떴다. 

주경야독? 낮에 육체노동 종사하는데 밤에 의찌 곯인떨어지지 않겠는가?

저건 원두막서 수박 까먹으면 마름들 감시하는 양반놈 이야기일 뿐이다.

조선시대 행장을 보면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의관을 정제하고 앉아 몸을 바르게 하고 책을 읽었네마네 하는 말,

공부야 그렇다 치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일상이었다.

단 하나도 새로울 거 없다.

시골에 계신 엄마아부지 봐라.

그냥 저녁만 드시고 그냥 주무신다.

그 양반들이 무슨 잠이 없어? 

뇐네들이라 잠이 더 많고, 더 많이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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