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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한국과 중국의 미라

주자가례의 비극: 왜 우리 조상들은 미라가 되었나 (1)

by 초야잠필 2019.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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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필자가 조선시대 미라로 초창기 논문을 낼 때마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도대체 왜 미라가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조선시대 미라는 보존상태가 매우 탁월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뭔가 인공적인 방부처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에서 발견되는 미라-한대 마왕퇴라던가 송-명대의 미라-를 보고 조상들이 뭔가 비전의 방법으로 처리한 결과 시신이 썩지 않고 미라가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우리도 조선시대 미라가 발견되면 관 내부에는 물이 고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중국 마왕퇴의 경우도 그랬다고 한다. 

나중에 따로 쓸 기회가 있겠지만 중국인들은 마왕퇴를 처음 발굴했을때 잘 보존된 2000년 귀부인 모습을 보고 놀랐고 다음에는 왜 도대체 이렇게 잘 보존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다가 주목한 것이 바로 관안에 고여 있던 물이었다. 여기에 뭔가 화학-방부처리를 한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들을 했고, 실제로 초창기 보고서를 보면 관안에 있는 물을 마왕퇴 귀부인이 썩지 않은 이유로 기술해 놓았다. 

 

마왕퇴 무덤의 내부구조. 가장안쪽에 있는 피장자가 미라화 된 귀부인이며 발굴 당시 관속에 차 있는 물에 잠겨 있었다. 

 

사실 중국의 경우, 관안에 고인 물에 뭔가 우리가 모르는 성분이 섞여 있어 그것 때문에 시신이 썩지 않았다는 주장이 쉽게 받아 들여진 이면에는 무엇보다 진-한사를 수 놓은 그 수많은 장수 불멸의 약물들의 전승, 그리고 시신을 썩지 않게 하고자 했던 여러가지 시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난마처럼 얽혀 사람들에게 신뢰성 있게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고대의 "옥의"도 바로 시신을 썩지 않게 하겠다는 열망의 소산이다. 

이런 전통 때문인지 중국에서는 미라가 발견된 경우 "뭔가 방부처리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아직도 하는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 데도. 

여기서 미라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번 알아보자. 

전 세계 미라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미라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미라. 

이 중 후자는 가장 유명한 것이 저 유명한 "이집트 미라"이다. 잘 알다시피 사람이 죽으면 내부 장기를 제거하고 각종 약제를 처리하여 성공적으로 부패를 막는다. 

반면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미라"는 전세계적으로 볼 때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수가 존재한다. 

가장 먼저 극지나 산 꼭대기처럼 극히 추운 곳에서 미라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다루게 되겠지만, 알프스 꼭대기에서 살해당해 5000년 동안 만년설 아래서 미라가 되버린 "외치"-. 자연적으로 형성된 미라이다. 

 

알프스 꼭대기에서 발견된 "외치"

비슷하게 남미 페루에는 산꼭대기에서 발견된 미라가 있다. 만년설 뒤덮인 산 정상 근처에서 제물로 바쳐져 약물에 취한채 서서히 동사하여 그대로 미라가 되어버린 잉카 소녀 "Juanita"-. 역시 자연적으로 형성된 미라이다. 

잉카 소녀 후아니타-. 제물로 바쳐져 산꼭대기에서 동사하였다. 

유럽 철기시대에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살해 당해 늪지에 던져진 사람들의 시신-. "Bog bodies"-. 이들 역시 자연적으로 형성된 미라이다. 

Bog body-. 이 미라는 "Tollund Man"이라고 불리는, 엄청나게 유명한 존재이다. 목 주위에 보이는 밧줄에 주목. 살해 당한 사람이다.

 

Siberia 미라. 극지에서 발굴되는 미라로 우리 연구실이 러시아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 중이다. 

시베리아 원주민들이 사망자를 묻은 후 연중 빙점하로 유지되는 기온 탓에 수백년이 흐르는 동안 썩지 않고 미라가 되었다. 이 케이스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지면을 빌어 소개하겠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미라의 또 다른 예는-. 

바로 조선시대 미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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