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양은 비슷한 안식? 이라 해도 그것이 처한 위치 혹은 시점에 따라 왕청나게 다름을 요새 다시금 실감하거니와,
10년 전 그때를 돌이켜 보면, 강제로 주어진 해직이라는 2년의 안식년과 지금은 적어도 겉으로는, 그리고 속내로도 나 스스로 선택한 안식은 겉모양은 엇비슷하지만 분명 결이 다르다.
그 다름을 내가 여기서 궁구하고자 함은 아니거이와,
무엇보다 그때보다 나는 10년이 다시 늙었다는 변화를 빼놓을 수 없으니,
그때도 지쳐있었지만, 지금이라 해서 그 지침이 결은 다르지만, 생물학적 10년 늙음은 여러 모로 그때와는 다른 점이 있는 듯하다.
예컨대 그때 나는 해직 통보와 더불어 언제 있을지 정확히 가늠하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적어도 2년 이상은 그 무적 생활이 가리라(실제는 이보다 약간 빨랐다) 예상했으니, 나름 채 방전되지 아니한 밧데리가 있어 무엇보다 책 집필에 바로 착수했으니,
그리하여 곧바로 해직 몇 달 뒤에 나온 것이 직설 무령왕릉(메디치미디어, 2016)이며,
이를 발판으로 다른 기회가 주어져 집필 의뢰를 받고서는 이내 착수해서 나온 것이 부여 능산리고분과 절터 발굴 100년사 정리였다.
이 두 가지 집필이 당시 그런 대로 소일거리를 주고, 나아가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비교적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꿈꾸던 판에 박힌 생활 탈출이 마침내 작년 10월 주어졌을 때, 나는 저와 같은 계획은 없었다.
책을 쓰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에 따른 육체 정신 피로를 더하고픈 생각 또한 추호도 없었다.
한국관광공사 입사 시점을 기준으로 만 32년을 꼬박 채운 직장생활은 그만큼 나를 피로케 했으니,
그렇다 해서 그에서 지쳐 나가 떨어진 몸을 끌어올리고픈 생각도 없었고 그래서 넋놓고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 생활이 대략 1년을 채워가는 이 시점에도 그런 듯하다.
그만큼 나는 심신이 나가 떨어질 정도로 지친 상태였으니, 무엇보다 여러 가지가 쌍으로 곱배기로 안겨준 여러 환멸이 나를 더 피로케 하던 시점이었다.
그 환멸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고자 젊은 친구 혹은 은퇴자들이 주로 한다는 이른바 외국 한달살기를 해 봤고, 조금 뒤에는 그 기간을 조금은 더 확대한 무슨 살이를 시도할 예정이다.
그렇다 해서 그 환멸이 덜해지거나, 나가 떨어진 심신이 조금은 활력을 되찾겠는가?
서글프게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안다.
다만 이젠 놀 만큼 놀았고, 쉴 만큼 쉰 듯하므로, 돌아와서서는, 아니 나가서는 포스트 환멸 이후를 준비하려 한다.
나가서 박사 논문이나 써볼까? 여행기나 하나 써 볼까?
갖은 잡념이 솟음하는 걸 보니, 복귀?
시동을 걸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That's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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