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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거짓으로 얼룩진 행장行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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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20세기 초 조선이 무너질 즈음 어떤 인물의 일대기를 기록한 행장이나 묘갈명 등이 차츰 진실은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원고료에 따라 써주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었다. 특히 그 벼슬이 가관이다.

조선의 관료 인사 행정은 까다롭기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 가운데 법적으로 ‘병용문관(竝用文官)’ 즉, 모두 문과에 급제한 사람을 쓴다고 규정된 자리가 있었다. 아래 사례를 들었는데, 사간원, 경연, 홍문관, 예문관, 성균관, 춘추관, 승문원, 교서관, 세자시강원의 관원은 문과에 급제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임금님 백이 있어도 임용될 수 없었다.

 

동파 소식이 쓴 사마온공 행장



조선 후기에는 산림(山林)이라고 하여 박지계, 송시열 같은 뛰어난 학자들을 특별채용하였는데, 이들도 병용문관 자리는 갈 수 없었다. 이런 비중 있는 인물을 아무 자리나 임명할 수도 없어 병용문관 대상이 아니면서 삼사 가운데 하나인 사헌부에 제수했다가 육조의 참의, 참판, 판서로 승진시켰다.

또한 병용문관은 겸관하는 자리가 있었으니 홍문관의 관원은 경연관의 자리와 임금님의 교서를 짓는 지제교(知製敎)와 춘추관의 직임을 으레 겸대하였다.

그런데 20세기 초 이후 오늘날 지어진 옛사람의 묘비를 보면 이런 알리바이가 안 맞는 일이 빈번하다.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거짓이다. 벼슬하지 않은 선비 벼슬 만들어 주면 위인이 된다고 여긴다.

문관은 그래도 거짓이 염치라도 있는데, 무관의 비문을 보면 한편의 소설인 경우가 많다.

의정부 육조, 승정원, : 당하관 병용문관
사간원, 경연, 홍문관, 예문관, 성균관, 춘추관, 승문원, 교서관, 세자시강원: 병용문관
봉상시 : 정(正) 이하 병용문관
소격서 : 영(令) 별제(別提) 병용문관

여기 없는 관서는 문과급제 아니어도 임용 가능

 

행장 초고에 해당하는 문서 중 일기



내가 이제껏 본 가운데 가장 놀랍도록 정확한 행장은 농암 김창협이 쓴 농암집 속집에 상권과 하권 2권이나 되는 아버지 김수항의 〈선부군(先府君) 행장〉이었다.

전체를 실록, 비변사등록, 승정원일기를 비롯하여 관련 인물들의 문집이나 일기까지 대조해서 읽어보았다.

한치도 틀림이 없었다. 심지어는 아버지에 대해서도 포폄의 자를 들이댔다.

 

농암집 속집 하권 / 행장(行狀) 선부군(先府君) 행장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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