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부북일기赴北日記라는 조선 후기의 일기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북쪽으로 부임하며 쓴 일기라는 뜻이다.
이 일기는 필자에게도 의미 심장하여 처음 이 일기를 알게 된 후 기존의 연구 성과를 검토하여 조선시대의 매독 감염에 대한 종설 논문을 영어로 집필하여 보고한 바도 있었다.
이 일기는 그 학술적 가치에 비해 일기를 쓴 분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솔직하게 썼다는 점 때문에 조선시대의 엽기적 일기로 오해되어 대중에게 소개된 측면이 있다.
이 일기는 이제 다시 한번 면밀히 읽고 동시기 일본사와의 대조를 통해 얻어내야 할 부분들이 따로 있다 하겠다.
부북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선의 당시 간선도로의 여관 사정이다.
이 조선의 여관사정은 동 시기 에도시대 일본의 간선도로 여관과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 보면 왜 부북일기에 그렇게 여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지 다시 한 번 다른 각도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사벨라 버드 여사의 구한말 여행기를 보면 여기도 여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분의 여행기에선 여관의 열악한 사정, 구들장 이야기 등 면밀한 관찰에 의해 잘 쓰여진 부분도 있지만, 아마도 여자분이었기 때문에 차마 쓰기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었다고 보이는 부분도 있다.
실제 당시의 조선시대 간선도로의 여관은 부북일기에 나오는 장면과 이사벨라 버드 여사의 글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로써 유추한 조선의 여관의 모습을 19세기의 일본 간선도로의 여관을 비교하면 왜 개항과 함께 밀어닥친 외세의 파고에 우리가 그렇게 쉽게 무너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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