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무는 크레타 주도 이라클리오 같은 호텔 투숙객 실화다.
저간의 사정은 자세히 알지 못하고 어제 저녁 호텔 로비에서 일어난 일에 우연히 끼어들어 단편으로 들은 이야기다.
주인공은 중국 상해서 산다는 일가족.
부모님과 과년한 아들 딸 넷이서 여행을 왔다가 이라클리오서 페리호를 타고 오늘 아테네로 들어갔다 내일 이스탄불로 가서 중국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오늘 오전 10시를 기해 그리스 선박 업계가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배편이 취소되어 버린 것이다.
놀란 일가족이 로비서 대체 교통편 구하느라 법석이었다.
호텔 직원과는 이 사태를 영어로 주고받는 까닭에 내가 사태를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되었고
또, 고국에서도 그에 합류한 듯 스마트폰 스피커폰으로 틀어놓고선 우왕좌왕이라
드문드문 들리는 외래어를 듣자니 루마니아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그쪽 항공편을 구해서 나갔다가 이스탄불로 들어가는 방법을 강구하는 듯 했다.
역시 이런 때 가장 처량하게 보이는 쪽이 여자들이라 나랑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엄마랑 젊은 여식은 불안한 표정을 차마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위로 겸 한다 해서 듣자니 참 안됐다. 블라블라 하니 저 엄마 참말로 측은하게 영어로 뭐라 설명을 하려는데 자꾸만 말이 끊긴다.
보니 기본 의사 표현은 가능하지만 불안함에 차마 말문이 막힌 것이다.
아들은 영어가 아주 유창해서 보니 이번 여행 모든 의사소통 담당인듯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잘 설명하는데 내가 짐작한 그대로였다.
보니 식구가 넷이나 되니 갑작스런 비행기표가 나지 않는 듯 항공편이 없댄다.
그 아들과 호텔 직원이 주고받는 대화 중 특이한 대목이 아들이 그렇다면 헬리콥터는 구할 수 없냐는 물음이었다.
그 말을 듣고선 아 저 가족 중국에서 꽤나 사는 부자이며 상해 아니면 절강 복건 쪽 사람인가 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상해라 한다.
저들을 뒤로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는데 영 맘에 걸려 이런 때 신공을 발휘하는 아테네 거주 지인한테 전후사정 설명했더니
조금 있다 연락주기를
이라클리오 말고 하니아에서는 헬싱키로 뜨는 비행기표가 있고 그 헬싱키서 이스탄불로 들어가면 된다 해서
그냥 흘려버릴 수는 없어 로비로 내려가니 일가족 자포자기 상태라 이런 방법도 있다 하니
네 식구가 일제히 폰을 보고선 그걸 검색하기 시작하는데 참말로 다급한듯 했다.
이튿날, 그러니깐 오늘 우연히 저 가족을 호텔 인근 식당서 조우했는데 표정이 환해서 해결됐구나 싶었다.
물어보니 내 지인이 추천한 방식이 아니라 결국 루마니아로 들어가는 비행기표를 구했단다.
아마 취소가 있었던 모양이다.
유럽에선 저런 일이 일상이라 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한테는 상당히 당혹스럽다.
나 역시 하도 많이 당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있나?
유럽에는 파업어플까지 있다 하는데 그 어플까지 활용할 생각하는 사람 많지는 않으리라 본다.
보통은 호텔 프론트나 현지 지인들 전언을 통해 듣는 수준이다.
이래저래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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