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메테오라는 차마 눈 뜨고 볼 수는 없어 그대로 다음 행선지 베르기나로 날았으니
두 시간 만에 예약한 여인숙에 여장을 풀고선 읍내 탐방에 나섰으니
물론 현재와 이천삼백년 전 필리포스2세와 알렉산드로스 시절 마케도니왕 왕국 수도랑 지금의 베르기나를 비기겠는가?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곳은 그리스 기준 변방이기는 마찬가지라 마케도니아가 무슨 희랍인 취급이나 받기나 했던가?
촌구석 뜨내기에 지나지 않았으니
언제나 혁명은 이런 변방이 주도한다.
왜?
절박하니깐..끌어엎지 않음 내가 계속 굴종이니 혁명가가 배태하는 절대의 공간이 바로 이것이다.
이곳을 기반으로 아비가 닦은 거름 무럭무럭 먹고 자라난 알렉산더가 마침내 자신을 얼치기 촌뜨기라 놀리던 아테네 테베를 개박살내고선
이를 발판으로 마침내 종주국 아케메네스 제국까지 깡그리 타도했으니
그 출발선이 된 지점에 나는 막 들어섰다.
그때나 지금이나 베르가이는 촌구석이다.
예는 면사무소 소재지도 되지 않아 우리네 리 단위 마을이다.
세 시까지 시간 반 정도가 남아 내친 김에 박물관이나 해치울까 했더니 마침 오늘 휴관일이랜다.
이런 데 나오면 요일 개념을 상실하니 문제다.
어차피 잘 됐다 싶어 마을회관 Town Hall 있는 데 와서 사흘치 신세질 식당이나 물색하는데
몇 곳 되지 않은 식당 다 닫고 한 곳만 열어 이른 저녁 겸해서 고기 먹을 시간이라 폭 촙스 pork chops 시켜 놓고 커피 한 잔 곁들인다.
보아 하니 여긴 우리가 생각하는 호텔다운 호텔은 하나도 없고 우리네 모텔(이거 매양 말하지만 한국모텔은 오성급 호텔이다) 수준도 되지 않지만 그래도 정감이 있다.
그리스 입도 이래 새벽 울음 소리만 들은 달구새끼가 호텔 주변 옆집 마당에 한 그득이라 덕분에 낼 새벽 자동 알람이 되겠다 싶다.
여긴 사람보다 닭새끼 쪽수가 훨씬 많은 동네다.
닭을 보니 각중에 닭백숙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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