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출판 문제를 줄곧 신동훈 선생이 거론했거니와
개중 하나가 왜 한국은 그리 목판에 집착했느냐가 되겠다.
더 간단히 말해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데 왜 굳이 목판 인쇄를 하지 못해 환장했을까 하는 의문이라 할 것이다.
그에 대해 나는 아주 간단히 데코레이션이라는 말을 줄곧 하거니와
내가 볼 적에 한국 인쇄사 혹은 출판사에서 이 데코레이션 문제는 그만큼 심각하지만,
저쪽 분야를 전업으로 연구하는 사람들한테도 이 문제는 거의 논급이 없다고 안다.
저 목판을 가장 많이 소비한 주체가 문중인데,
이른바 문집이라고 하는 것들은 하나 같이 특징이 있는데
첫째 물론 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분량이 엄청나다는 사실이며
둘째 독자가 지극히 한정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 둘은 신 박사나 내가 계속 제기하는 문제랑 직결하는데
분량도 엄청나고, 독자도 지극히 한정되는데 왜 저리 목판에 환장했을까?
이를 요새 출판 경향과 견주면 목판에 해당하는 것이 딱 하드커바다.
이 하드카바 역시 이른바 대중성이 강한 출판물에도 통용하기는 하지만,
이건 간단히 말해 안 팔리지만 비싸게 가격 매겨서 도서관이나 팔아먹는 요량으로 출판하는 하드카바 딱 그것이다.
요새는 우수학술도서 만들 심산으로 찍어내는 판형이 하드카바다.
우수학술?
까고 있네.
우수학술도서란 실은 안 우수하다는 보증수표다.
얼마나 책이 재미가 없으면 우수학술도서이겠는가?
이에서 보듯 그 책이 하드커버라는 사실은
첫째 그 책은 졸라 재미 없고
둘째 그래서 독자도 졸라 없고
셋째 그렇지만 가격은 졸라 비싸다는 뜻이거니와
그러면서도 왜 굳이 하드카바를 선호하는가?
개똥폼이지 뭐가 있겠는가?
시계추를 돌려 조선시대로 돌아가면 딱 저 하드카바에 해당하는 책이 바로 목판인쇄다.
문집 중에서는 당파에 따라 퇴계집과 율곡집, 그리고 송자대전 같은 경우가 그런 대로 독자가 있는 편이었지만,
그네가 봤다는 문집이 목판인쇄본일 것 같은가?
하드카바랑 목판본 또 다른 특징은 일찍 절판된다는 사실이다.
목판본?
시장성 경제성이랑은 눈꼽만큼도 관계업속 오로지 개똥폼용이었다.
왜?
페이퍼백에 견주어 하드카바가 있어 보이듯이 필사본보다는 목판본이 개똥폼 났다.
그래서 굳이 아무도 읽지 않을 그 멋대가리 없는 그 긴 문집을 그리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가며 목판으로 인쇄하려 한 것이다.
이른바 벽돌책이 목판본이다.
덧붙이건대 이 경제성 문제는 심각해서, 이 경우 경제성은 여러 측면이 있어
그리 출판해도 팔아먹지를 못한다는 경제성과 더불어
그 제작에 소요하는 막대한 경제성도 있으니
이상하지 않은가?
왜 그 방대한 조선왕조실록은 목판 인쇄에 부치지 않았는지가 말이다.
왜 안 했겠는가?
돈 때문이다.
돈이 졸라 들어가기 때문에 안했을 뿐이다.
***
이 글 공유에 지인 한 분이 학위논문 하드카바를 지적했는데, 이 학위논문이 딱 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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