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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신경이다. 하지만 추세를 보니 나이 좀 더 들어가면 걱정으로 바뀔 듯하고, 죽을 무렵이 되면 공포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변을 보면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더 많다.
비치는 모습들, 예컨대 그 자신이 말하는 그 자신은 꽤 정의롭고, 꽤 열성이며, 꽤 실력자연해서 요컨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막상 동시대 그를 가까이서 겪는 사람들이 증언하는 그 사람은 전연 딴판인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는 더 많다.
그 반대 역시 생각보다 더 많아서 개차반인 듯한데, 막상 그와 동시대를 같이 호흡한 사람들 증언을 보면 아주 괜찮은 사람도 생각보다는 더 많다.
남들 눈엔 그리 안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 역시 남들 눈에 비친 내가 어떤 모습일까 몹시도 실은 신경이 쓰인다.
나만 내 할 일 하면 된다 생각하고, 그런 자세로 살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신경 쓰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환갑이 다가와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옛날보다는 더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렇다고 내가 앞에 말한 저에 비추어 운운하기에는 너무나 시건방진 듯하니, 아무튼 흔히 하는 말
후세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다
싶기는 하다.
말 나온 김에 살아갈수록 이전에 생각한 인간관이 많이 바뀌는 것도 사실이다.
맥락이 이어지는 말을 하자면,
일상에서 늘상 하는 말이지만, 그만큼 아주 쉽게 망각하는 말이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나로선 이 말이 갈수록 폐부를 찌른다 말해두는데,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는 일, 이만큼 중요한 일 없다.
이것이 객관화인지 아닌지는 알 수는 없지만,
내가 그 사람으로 인해 화가 났으나, 혹 그 사람이 나 때문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 그걸 옛날보다는 자주 묻게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그런 생각을 부쩍 많이하는 지금이 사정이 나아졌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듯해도 몹시도 씁쓸하다만,
아무튼 이전에 생각한 것들보다는 조금 다른 생각, 혹은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절은 맞는 듯하다.
어찌됐건 그렇다 해서 내가 가는 길을 바꿀 리는 없다.
후세가 뭐라 하건, 그래도 내가 갈 길은 간다.
후세를 떠올리기엔 내 족적은 너무나 초라해서다.
말해 놓고 보니 두서 없기 짝이 없고 넋두리밖에 아닌 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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