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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115

나이가 들수록 스토리가 있어야 젊은 시절 연구는, 심지어 네이쳐 사이언스 등 굴지의 저널에 출판된 논문이라 할지라도 모두 진실의 파편이다. 상상력 억제제를 듬뿍 친 산물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구축하기 아주 힘든 결과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젊은 시절 달고 살았던 논문의 작법과 다른 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스토리가 없는 이야기는 나이가 들수록 절제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스토리에 관심을 두어야 하며 이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과학적 논문의 작법과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필자가 주의깊게 나이 들어가는 연구자들의 지적 산물을 주시해본 결과는, 60 언저리에서 이러한 작법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몇 년 안 되어 지적 생산활동에서 자의반 타의반 은퇴해야 했다는 것이다. 스토리 외에.. 2024. 5. 30.
한 이야기 또 한다는 충고도 없는 늙다리 앞글에서 늙다리에 대한 글을 썼지만 필자도 늙다리다. 그리고 늙다리는 입 닫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최근에 필자도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정리하여 책으로 공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보고한지 10년이 넘은 학술보고는 이미 학설로서 수명을 다했더라 이거다. 물론 그 연구의 팩트 자체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닌데, 결과의 해석과 전망은 완전히 새로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더라 이것이다. 늙다리라도 당연히 공부의 결과를 보고할 자격이 있다. 젊은 친구들 모아 놓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다만, 햇던 이야기 또 하지 말기를. 필자도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은 했던 이야기 또 하는 건 점점 해마다 증가하는데 그걸 모르는건 자기뿐이더라는 이야기다. 10년간 같은 이야기로 떠들었으면.. 2024. 5. 18.
늙다리들 뻥에 속지 마라 한국문화가 어쩌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유산이고 저쩌고 다 믿지 마라. 젊은이들 자네들이 직접 나가서 세상을 보고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한국문화를 다시 평가하도록. 늙다리들이 자꾸 자네들 불러 모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되도 않는 썰을 풀려고들 할 텐데 절대로 믿지 말고 그런 시간 있으면 배낭 싸서 밖으로 나가라. 늙다리들 쓴 책 읽을 시간이면 차라리 나라밖 박물관 한 군데를 더 봐라. 열등감 반, 무식 반으로 절여 놓은 검정 교과서가 주입한 국뽕이 머리에서 다 빠질 때쯤 세상이 그때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2024. 5. 18.
필자 근황 뭐 필자 근황이야 대부분의 사람에게 안물안궁이겠지만, 어차피 나이 들어가는 마당에 기록 삼아 써둔다. 필자가 요즘 하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전에 이야기한 대로 지금까지 해온 작업의 정리. 이를 위해 네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사실 그 네 번째 책 외에 고기생충 관련한 서적을 하나 더 준비하고 있어서, 내년 상반기에 하나, 하반기에 하나가 출판될 예정이다. 상반기에 나올 책은 서울대출판부, 하반기에 나올 책은 Springer 다. 둘 다 영문판이다. 영어판 아마존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섯 번째 책까지 나가면, 대략 필자가 지금까지 벌여온 작업의 정리는 거의 다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 작업을 하면서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일은, 역시 이 블로그에 자주 쓰고 있는.. 2024. 4. 30.
지키려 하면 모두 잃게 되리라 필자의 나이, 정확히는 50대 후반-60대 초반은 생각이 많은 시기이다. 필자도 노후는 정말 생각도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런데도 요즘은 생각이 많고,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60대 이후가 놓여 있다.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평생 책만 보고 글쓰며 살아온 필자가 지금까지 대학에서 활동한 것과는 전혀 다른 조건이 주어졌을 때 과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에는 고민이 많다. 우선 대학에서 떠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해온 방식과 다른 세상을 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생업과 공부가 일치해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개 학자로서 40대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 친구들이 50이 되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학교 밖을 떠돈.. 2024. 4. 13.
(이대로라면) 끝내 이류로 그칠 한국 학계 필자도 이제 정년까지 한 손 손가락 조금 더 남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단행본으로 내고 정년 후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공부의 판을 새로 짜기 위해 자못 바쁘다 요즘. 어쨌건 필자도 연구 경력이 이제 30년을 바라보고 있어서 나름 이 판에서 오래 굴러먹던 경력이 쌓이게 되었다. 30년 동안 한국에서 연구라는 것을 해 보고 이제 앞길을 전망해 보자면,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학문의 성장은 지금이 오를 수 있는 한계다. 우리나라 학계가 지금 절대로 국제무대에서 1류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결국 앞으로도 한국의 대학은 2류 언저리를 머물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필자가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다 제쳐놓고 우리나라 대학에는 연구에 미친 놈이 별로 없다. 머리 좋은 사람은 많다. 오히려 머리 좋은..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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